'범 내려온다', '머드맥스' 만든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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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내려온다', '머드맥스' 만든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팀장 인터뷰

道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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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내려온다', '머드맥스' 만든 관광공사 팀장님, 승진했을까?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팀장 인터뷰..'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 2' 기획

 

'범 내려온다'라는 가락과 함께 광대처럼 분장한 춤꾼들이 계단에서 내려와 터널로 향한다. 도대체 이 곳이 어딘지 가늠조차 어렵다. 댓글을 보니 한 외국인이 'Parasite'(기생충)라고 흥분한다. 자세히 보니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가족이 빗 속에서 뛰어 내려오던 자하문 터널 계단이다. 누리꾼들은 "기가 막히는 연출"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확히 1년 뒤 유튜브에 충남 서산의 한 갯벌이 떴다. 한국관광홍보 영상이라는데, 명승지나 랜드마크는 보이지 않는다. 호미를 손에 쥔 어르신들이 모는 경운기 수 십대가, 힙합 프로듀서 '그루비룸'이 만든 '조선힙합' 비트에 맞춰 질주하는 모습 뿐이다. 그런데도 반응은 폭발적. 댓글에서 한 외국인은 "서산을 간다는 생각조차 없었는데, 지금은 내 여행 1순위가 됐다"고 환호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쳤지만, '랜선여행' 시장에서 한국의 인기는 역주행을 거듭한다.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가 내놓은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영상이 국내외 여행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면서다. 유튜브에선 "제대로 돈 쓰는 공기업 본다"며 "영상 만든 직원 누구냐"는 궁금증도 커진다. 베일에 가려진 B급영상의 대부를 직접 만나봤다.

장례식에 빅뱅노래 틀겠다는 '4차원'

                 * 오충섭 한국관광공사 브랜드마케팅팀장.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지난 9일 만난 오충섭 공사 브랜드마케팅팀장은 공사 최고의 '마케터'란 수식어보단 '4차원 아저씨'로 더 유명하다. 자신의 장례식에 좋아하는 가수란 이유로 빅뱅의 '루저', '외톨이'를 틀겠다고 말하는 그를 두고 동료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스스로를 '과시적 탐사주의자'라고 칭하는 오 팀장은 "워낙 해보고 싶은 게 많아, 하나부터 열까지 손 대서 만든 게 바로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라고 말했다.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는 오 팀장의 남다른 정신세계가 코로나19(COVID-19)와 만나 빚어진 결과물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노린 잠재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환이 필요한데, 기존의 한류 아이돌 중심의 광고로는 한국의 매력을 충분히 알릴 수가 없다는 판단을 한 오 팀장이, 'B급 영상'을 만들어보자고 과감하게 제안하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오 팀장은 "공공기관 영상은 점잖기만 한 경향이 있고, 한류 아이돌 등 모델에만 초점을 맞춘 광고는 확장성이 떨어진다"며 "B급처럼 보이지만 외국인들이 다른 어떤 것보다 더 한국에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과정은 어려웠다. 청와대 경비요원 앞에서 춤추는 영상을 보고하자, 품격을 기대했던 임원회의가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는 것)'가 됐고, 수염 기른 춤꾼이 괴상한 색동 한복과 패랭이를 쓰고 고궁을 휘젓자, 촬영을 허락한 관계자들이 경악했다. 공사 내부 게시판에는 '진짜 이런 광고 만들어도 되냐'는 우려의 글이 빗발쳤다.

 

오 팀장은 "유튜브에서만 하루에 400만 시간의 정보가 나오는 만큼, 그저그런 영상을 만드는건 의미가 없다"며 "관광을 통한 도시재생 측면의 '로컬브랜딩'과 잠재적 방한 관광객의 흥미를 끌어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했기 때문에, 2030 타깃층을 공략하는 데 집중했다"며 "다행히 (안영배) 사장님은 하고 싶은대로 하라며 터치를 안하시더라"고 웃었다. 이 영상들은 결국 2개월 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2억뷰를 돌파했다.

조선힙합, 너무 재밌지 않나요

     * 지난 1일 공개한 한국관광홍보영상 캡처.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도발적인 B급 광고가 대박을 치자, 오 팀장은 곧바로 시즌2를 준비했다. 지난 1일 공개된 8개의 영상이다. 신한류를 이끄는 K팝의 일환으로 '조선의 힙합'을 제시했다. 직접 힙합 평론가를 찾아가 힙합공부를 하고, 힙합 레이블 AOMG와 협업을 시작했다. 오 팀장은 "짜파구리를 호텔에서 먹으면 더는 B급이 아니"라며 "해외에서도 통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이 더해지자, 서산의 갯벌이 달라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 등 주요 도시와 함께 서산, 순천같은 외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를 소개한 것은, 오 팀장의 관광철학이 밑바탕이 됐다. 그는 "인구가 줄고 출산률도 낮아지니, 지방은 외부유입이 없으면 소멸하게 된다"며 "잘 알려진 도시 뿐 아니라, 시골이라 여겨지는 서산같은 지역까지 관광을 통해 브랜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표절 논란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오 팀장은 "서산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 머드맥스 밈(Meme)을 레퍼런스로 활용해 더 발전시켰다"며 "만약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면 조지 밀러(영화 '매드맥스' 감독)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오 팀장은 내년에 선보일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시즌3에 대해선 "더 이상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손 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진짜 코리아를 알려주자는 차원에서 조선힙합 다음으로 '고려가요'를 생각하고 있다"며 "메타버스를 활용해 과거를 구현하는 등, 문화적으로 융성했던 당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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