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들, 최고권력 넘보다. 이회창, 고건, 반기문은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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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들, 최고권력 넘보다. 이회창, 고건, 반기문은 왜 실패했나

道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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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고건, 반기문은 왜 실패했나

 

관료 출신들의 대선 도전 실패기… 높은 지지도에 등 떠밀리고 소명감 느끼고

 

윤석열, 최재형, 김동연. 이 셋은 문재인 정부에서 최고위 관료를 역임하다가 제20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선배 관료 출신 정치인인 이회창, 고건, 반기문. 이 셋 또한 공통점이 있다. 대통령선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관료 출신 인사라는 점이다.

 

관료 출신 정치인들의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정치에 뛰어든 뒤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가 검찰총장에 재직할 때인 2020년 4월 검찰이 범여권 인사 고발장을 야권에 전달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는 2020년 4월3일과 8일, 야당 인사로 추측되는 인물에게 두 차례 텔레그램을 통해 고발장과 증거자료를 보냈다. 이 자료를 전달받은 이에게는 ‘전달된 메시지-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떴다. 두 번째로 보낸 고발장은, 미래통합당에 접수되고 넉 달이 지나 판박이 내용으로 검찰에 제출되기도 했다.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한 ‘윤석열 검찰’은, 2020년 10월15일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두 번째 고발장의 요지대로 검찰 기소까지 이어진 셈이다.

 

핵심 당사자들은 의혹을 부인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지부진한 진실 공방이 계속 이어진다면 최악의 정치 해프닝으로 끝나겠지만, 윤 전 총장의 개입 여부까지 확인된다면 직권남용 이슈로 번질 수도 있다.

 

여기서 하나 궁금증이 생긴다. 관료들은 왜 정치를 비판하며 최고권력을 넘보고 있을까. 특히 문재인 정부 최고위 관료들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관료 출신 정치인들이 번번이 대통령을 꿈꾸다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_편집자주

 

 

 

* 2002년 11월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관료와 정치인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정무직 공무원인 국무총리나 장관은 관료인가, 정치인인가? 관료를 하다가 정치인으로 변신한 사람은 관료인가, 정치인인가? 출신과 경력을 살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회창, 고건, 반기문 세 사람의 공통점은 대통령선거에 도전했던 관료 출신 인사라는 것이다. 이들은 왜 대통령선거에 도전했을까? 왜 실패했을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판사 출신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법관이던 그를 감사원장, 국무총리로 발탁했다. 1996년 총선거에서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7년, 2002년, 2007년 대선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이회창 전 총재는 정치에 들어와서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첫째, 지나친 네거티브 선거를 지양한다. 둘째,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정치’를 청산한다. 이회창 총재에게 3김 정치는 권위주의적 행태와 지역주의를 의미했다. 셋째, 대통령이 되겠다. 그가 회고록에 쓴 내용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목표가 세 번째인 것이 이채롭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판사에서 관료로, 관료에서 대선주자로

 

“총선이 끝나자마자 나는 대선주자군의 한 사람으로 등을 떠밀리다시피 거론되기 시작했고, 가끔은 차기 후보의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하기도 하면서, 이제는 후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당시 솔직한 나의 심정이었다.”

이회창 전 총재는 1997년 대선 낙선 이후, ‘집권 야당’의 총재로 5년 동안 ‘이회창 대세론’에 안주했다. 그리고 2002년 대선에서 또 낙선했다. 왜 또 떨어졌을까?

그는 정치공학적 설명을 거부하고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인은 결국 후보 개인의 유권자를 설득하는 능력과 유권자에 대한 이미지라고 생각한다”고 단정했다. 설득력과 이미지 싸움에서 졌다는 설명이다. 그런가?

2007년 대선에 또다시 출마한 이유는 “선진화의 조건인 법치주의와 대북정책의 변화를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세 번째 출마했을 때는 아예 당선 가능성이 없었다는 의미다.

 

* 2007년 1월 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위해 기자회견장을 찾았다가 지지자들이 막아서자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고건 전 국무총리는 내무부 관료를 오랫동안 하고 김영삼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2기 민선 서울시장을 했다. 노무현 정부 첫 국무총리로 기용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기간인 2004년 3월12일부터 5월14일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고건 전 총리가 대선 출마를 결심한 것은 2004년 5월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뒤 1년6개월 정도 지나서였다. 회고록에 이렇게 썼다.

“국민들로부터 과분한 지지와 사랑을 받았다. 활동도 안 하고 출마 의사도 표시를 안 했는데 지지율 1위를 달렸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박근혜·정동영·손학규 등 여야의 경쟁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선두주자였다. 2005년 말 2006년 초 내가 짊어져야 할 역할이 있다고 판단했다. 소명의식을 느꼈다. 나는 2007년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새로운 정치를 해야겠다.’”

 

고건 전 총리는 국민대통합 신당을 추진했다. 정치인들에게 원탁회의를 제안했지만 호응받지 못했다.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지지율은 하강곡선을 그렸다.

2007년 1월 그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불출마 뜻을 번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했다.

왜 그랬을까?

“직업정치인이었다면 고맙다고 수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직업정치인이 아니었다. 국민의 지지에 부응해야겠다는 소명의식에 정치를 시작했을 뿐이다.”

“언론은 ‘새 정치를 표방한 제3후보의 정치적 좌절’ ‘권력의지가 약한 비정당 정치인의 중도하차’라고 했다. 틀린 얘기가 아니었다.”

 

 

 

유령처럼 떠돌았던, 화려하고 허탈한 대망론

 

* 2017년 1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 인사를 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주자 차출론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민주당 쪽에서 먼저 나왔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화려한 명함, 그리고 충청도 출신이라는 지역 때문이었다. 그 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차기 주자가 마땅치 않았던 친박근혜 세력에서 반기문 총장 대선 출마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2016년 5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2017년 대선에 출마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6년 하반기 내내 ‘반기문 대망론’이 유령처럼 떠돌았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2016년 12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 대선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유엔에서 배운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내 한 몸 불사르겠다”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상황이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대선 출마를 위해 2017년 1월12일 귀국했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3주 뒤인 2월1일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 이유는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뉴스로 인해서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됐다.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는 것이었다.

 

 

이회창, 고건, 반기문 세 사람의 대선 출마에는 한 가지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나 지지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한 것이다. 높은 지지도에 취해서 대선 출마를 결심한 것이다.

이회창 전 총재는 “등을 떠밀렸다”고 했고, 고건 전 총리는 “소명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표현이 조금 다를 뿐 같은 의미다. 2012년 안철수 교수, 2021년 윤석열 검찰총장도 똑같은 말을 하고 대선에 뛰어들었다.

 

막스 베버가 했던 충고

 

실패한 이유는 뭘까? 이회창 전 총재는 출마했다가 떨어졌고, 다른 두 사람은 스스로 접었다. 차이가 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마찬가지다. 세 사람 모두 막스 베버의 충고를 간과했다. 막스 베버는 관료가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전문 관료는 데마고그(선동가)가 아니며, 데마고그의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그가 데마고그가 되려 한다면, 대체로 그는 매우 나쁜 데마고그가 되고 만다. 진정한 관료는 그의 본래적 사명에 비춰볼 때 정치를 해서는 안 되고, 단지 ‘행정’만 하게 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비당파적 자세로 행정을 해야 한다.”

 

국민의힘 경선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뛰어들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제3지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세 사람 모두 막스 베버의 충고를 무시했다.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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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들, 최고권력 넘보다

 

정권과의 갈등, 팽배한 정치 불신이 ‘정치의 관료화’ 낳아
“정치적 중립 팽개치고 현직 특권 이용한 건 국민 배신”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월8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반박 기자회견을 연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년 6월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총장에서 사퇴한 지 117일 만이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이제 우리는 이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 (…) 그래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8월4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온라인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감사원장에서 사퇴한 지 37일 만이었다. 최 전 원장은 “권력의 단맛에 취한 지금의 정권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 직무 수행에 벽이 됐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보름여 뒤 8월20일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충북 음성읍의 행정복지센터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부총리를 그만둔 지 2년9개월 만이다. “민생이 매우 어렵지만, 정치권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싸움만 한다. 삶의 전쟁, 정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대선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 2021년 8월6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 이틀 뒤 경북 칠곡군 왜관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고관 3명이 대선 출사표

 

세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최고위 공직을 맡았던 관료 출신이다. 최고위 관료 출신들의 대선 출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영삼 정부와 노무현 정부 사이에 이회창 전 감사원장(전 국무총리)이 세 번이나 대선에 출마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고건 전 국무총리가,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이 두 사람은 실제 출마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관료 3명이 대선에 도전했다. 왜 그랬을까?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와의 갈등이 직접 원인이다.

 

윤 전 검찰총장은 2019년 7월 취임한 직후부터 ‘조국 수사’와 ‘울산시장 선거 수사’, ‘검찰 개혁’ 등을 두고 번번이 문재인 정부와 정면충돌했다.

최 전 감사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인 ‘에너지 전환’(탈원전)을 감사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 전 경제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당시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과 대립했다.

 

이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현직의 특권을 활용했다. 오재록 전주대 교수(행정학)는 “최근 윤 전 검찰총장, 최 전 감사원장의 활동을 보면, 현직일 때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보기 어렵다. 자신의 편향적인 정치 성향에 따라 수사하고 감사한 것이다. 그런 행위를 바탕으로 대선에 도전하고 있다. 관료의 특권을 악용하고 국민을 배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국민의힘에 여당 쪽 인사와 언론인 등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일어나는 것도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의심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이 보장된 임기를 마치지 않고 정치에 뛰어든 것도 비판받는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임기를 보장한 것은 국민을 위해 소신껏 일하라는 뜻이다. 임기 중에 대선에 출마한 것은 그 직책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을 깬 것이다. 최소한 임기는 마치고 나왔어야 한다. 그래야 관료의 정치적 자유를 존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관료들이 임기 중 대선에까지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문재인 정부가 관료들의 정치적 중립을 무너뜨렸다. 정치적 중립과 임기를 보장했으면 이들이 대선에 나올 일은 없었다. 정권 초기 윤석열 검찰을 앞세워 적폐 청산 수사를 밀어붙인 것이 화근이었다. 사회를 분열시켰다”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도 “과거엔 관료들이 정치에 진출할 때, 최고위직으로 일했던 정부와 관련 있는 정당 쪽에서 나왔다. 이번엔 반대다. 현 정부가 정치 논리로 관료의 전문성을 묵살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정당성은 선출된 사람만 가진 게 아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뽑히고 규율받는 공무원에게도 정당성이 있다. 그것을 문재인 정부가 존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 2021년 8월20일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충북 음성군 무극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신뢰도 조사, 정치계 꼴찌 vs 공직계 2위

 

관료들이 대선 도전에 나선 데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맹점이 있다고도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먼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정치주의’ ‘정치 불신’이 꼽혔다.

예를 들어 2018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사회 신뢰도’ 조사에서, 정치계는 6.2%로 꼴찌였고, 공직계는 37.2%로 교육계(52.9%)에 이어 전체 2위였다. 행정 신뢰가 정치 신뢰를 압도한 것이다.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재난지원금이 결정되는 과정을 봐라. 선출직이 관료를 거의 통제하지 못한다. 정치보다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아서 어쩌지도 못한다. 앞으로 정치인이 관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업 관료들의 엄청난 규모와 광범위한 권한 역시 관료들이 대선 도전에 나선 배경이 됐다. 한국 정부에서 선출직 공무원은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이 직업공무원이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공무원은 113만 명인데, 선출직 공무원 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299명), 지방자치단체장(243명), 지방의원(3751명), 교육감(17명) 등 4300여 명에 불과하다. 선출직 1명 대 직업 관료 260여 명꼴이다.

 

직업 관료들은 이미 정치 영역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예를 들어 행정부의 정무직(정치직)인 장관과 차관도 상당수가 관료다. 1기 내각을 기준으로 볼 때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관료 출신 장관 비율은 각각 33.3%, 37.5%, 38.9%, 16.7%였다. 관료 출신 차관은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때 82.6%였고, 역대 정부도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 사법부는 판사와 행정직 등 전체가 관료이며, 선출직은 단 한 명도 없다. 또 민의의 대변기관인 국회(사무처)에도 3400명이 넘는 행정직 공무원이 있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2020년 최영호 변호사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자치단체장 243명 가운데 91명(37.4%)이 관료 출신이었다.

 

100m 달리기 선수가 축구 국가대표 뛰는 격

 

전문가들은 관료들의 대선 출마 위험성을 경고한다. 먼저 선출직이 담당해온 정치 부문까지 관료들이 장악하려 나섰다는 분석이 있다.

정대화 상지대 총장(정치학)은 “조국 사태와 재난지원금 이견 등을 보면, 검찰과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자신들이 이 나라를 지키고 운영한다는 것이다. 관료들의 이번 대선 출마는 행정적 지배를 정치적 지배로까지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관료 문제를 연구해온 소준섭 박사(국제관계학)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그동안 관료들은 국가의 경제나 사회, 외교, 국방 등을 모두 자신들이 운영한다고 생각해왔다. 다만 최고 권력인 대통령만 조금 예외였다. 이번엔 그 최고 권력도 스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관료 출신이 정치를 하더라도 ‘정치 경험 없이’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일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대화 총장은 “윤 후보나 최 후보는 경로 설정이 잘못됐다. 관료 출신이 국회의원선거에 나서는 일은 얼마든지 이해한다. 그러나 대선 직행은 무리다. 대통령의 의사결정은 매우 복잡하다. 그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관료 출신들이 정치와 행정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섣불리 대선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00m 달리기 선수가 갑자기 축구 국가대표를 하겠다고 나선 꼴이다. 국회의원은 여러 명이고, 일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가의 수많은 중대사를 결정하고 집행하고 책임져야 한다. 정부의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일이다. 경험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공동체에 재앙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정치-행정, 정치인-관료, 선출직 공무원-직업공무원은 분리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관료가 정치에 진출하려면 일정한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입을 모았다.

 

정당이 외부 수혈 말고 실력 있는 정치인 키워야

 

현대 민주주의 정치의 원리 중 하나인 정치와 행정의 분리를 확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정치 기관인 국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국회의 본질적 기능인 입법과 예산 편성을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정치학)는 “한국의 모델인 미국은 의회가 입법과 예산편성을 하기 때문에 의회의 힘이 세다. 직업공무원들이 선출직 공무원의 뜻에 반드시 따른다”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국회의원들이 장차관 등 행정부의 최고위직을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회 상임위에서 충분한 경험을 한 의원들이 해당 부처 장차관을 맡으면, 좋은 정치를 하고 관료를 잘 통제할 수 있다. 그렇게 내각을 강화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회와 함께 정당도 강화해야 한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정치학)은 “현재 정당들은 내부에서 실력 있는 정치인을 키우지 못하고, 계속 밖에서 스카우트한다. 그러다보니 결국 관료밖에 쓸 사람이 없고, 관료가 대선에까지 도전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당과 정치인의 잘못이지 관료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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